【원동업의 일상통신】 아이가 죽고, 남편이 맞고, 자신은 죽게 된 현장의 공통점 하나

원동업 <성수동쓰다> 편집장 승인 2023.02.07 16:32 의견 0

생후 24개월 된 아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인천에서다. 아이 엄마는 아빠와는 별거중인 상태, 알바를 하러 전전날 오후 3시경 출근했고, 이틀 밤을 지새운 후 집에 돌아와 보니 아이가 숨져있었다는 것이다. 엄마는 일을 마친 뒤, 술도 마시게 돼 집에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이는 추위에 노출돼 떨었을 가능성이 있다. 23년 2월 2일의 일이다.

엊그제쯤 두 건의 사망 사고가 더 기사화 됐었다. 하나는 만취자가 자기집 옥상엘 올라가지 못하고, 경찰이 겨우 데려다준 현관 안에서-옥상의 자기집까지 올라가지 못해서- 죽었다는 기사였다. 또 하나는 만취자가 도로에 누워있다고, ‘경찰의 도움’을 완강히 거부하며 계속 누워있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끝까지 도움을 주어 생명을 구하지 못한 경찰이 비난받았다.

사람도 다르고, 장소도 다르고, 이유도 다 다른 이 사건들 속에서 공통적인 것은 ‘술’이다. 경찰이 비난받지만, 엄마의 불우한 환경을 고려해야하겠지만, 술을 마시고 깨기까지의 전과정을 책임져야 할 사람은 언제나 자신일 수밖에는 없다.


언젠가-20~30여년 쯤 됐을 게다. 90년대 중후반대쯤- 신문 사회면을 읽다가 ‘깜짝’ 하고 놀랐다. 신문엔 예닐곱 개의 사건들이 나열돼 있었는데, 사건들을 자세히 읽다보니 가슴 서늘한 공통점이 보여서였다. ‘술’이었다. 화재 사건은 홧김에 저지른 방화였다. 술에 취해, 분을 이기지 못하고, 참지를 못하고, 피의자는 석유난로를 넘어뜨려-당시엔 등유곤로도 많았다- 화재로 번진 것이었다. 교통사고로 죽은 이는 술에 취해서 무단횡단을 했었다. 교통사고를 일으켰던 운전자는 만취상태. 아마 때는 겨울일 것이고, 연말쯤이었던 것도 같다. 많은 이들이 회식을 벌이고, 망년회를 취하고. 사람이 술을 마시다, 술이 술을 마시고, 술이 사람을 마시다보면, 일어나는 일들이 이런 사고들이었다.

담배가 해롭다 해롭다 하지만, 내가 보기로 그보다 훨씬 해로운 것은, 단연코 술이다. 지금도 수없이 많은 술집들 밖에서 스스로 넘어져 깨지고, 무방비 상태에서 무슨 일이든 당하는 일들이 무수히 벌어진다. 무슨 교통사고가 났다고 하면, 그 이유의 50퍼센트 이상은 아마도 음주운전 때문일 것이 확실하다. 더 일상에도 술은 침투해있다. 내 지인은 단체 카톡방에서 3~4년 꾸준히 술과 안주 사진들을 올렸는데, 최근에 뇌졸중으로 입원을 했다. 술은 자주 하고, 운동은 전혀 않는 삶을 이어가다보면, 몸 특히나 뇌의 회복탄력성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혼을 하게 된 어떤 부부의 이야기는 주목해볼만 하다. 남편은 회사의 일이 많아 자주자주 밤에 늦었다. 그게 외로워서 부인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이후 혼술로 연결됐고, 나중엔 폭력성향을 보이며 남편까지 때리기 시작했다. 이 경과를 객관적으로 기록한 이들이 있었다. 하버드대 행복보고서팀. 이들은 수백의 하버드대생과 고등학교 중퇴자 수백 명의 삶을 70여년 가까이 추적 연구해 오고 있었다. 이들은 사람들 각각에 대한 기록을 남겨왔는데-매해 전화로, 건강상태 체크는 조금 텀을 두고 등등-, 여기 반전이 있다. 부인은 외로워져서 술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이미 술을 많이 마시고 있던 상태였다. 그녀는 다만 책임을 ‘남편의 부재’로 돌렸던 것이다. 술을 마시면, 자신의 일상의 삶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게 된다. 불행의 원인에 술은 대략 등장하고는 하는 것이다.

술을 조금씩만 마시면 건강에도 좋고, 관계에도 좋지 않을까? 그런 일이 있기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술은 마시지 않는 편이 마시는 편보다는 낫다는 것이 최근의 의학보고서 결과다. 내가 아는 한, 가장 깔끔하고 현명하게 술을 끊은 사람은 미국의 물리학자 파인만이다. 그는 과학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지만, 금고털이도 하고(그 이야기기는 직접 읽어보시라), 봉고도 연주하고, 그림도 그리는 일상을 했다. 술도 바에서 마시고, 선술집에도 가셨던 모양이다.

그러다 어느날, 대낮에 길을 걷는데, 시원한 맥주 한 잔 생각이 나더란다. “오! 술 한 잔이 마시고 싶네? 마시러 가야지.” 그러다 문득 다시 든 생각. “어? 왜 술 생각이 나지?” 그건 술이 술을 부르고 있는 증상이었다. 그날 이후 그는 술을 딱 끊었다. 왜? 그의 말은 이랬다. “나는 머리를 쓰는 일을 좋아해. 술이 이 좋아하는 일을 방해하게 할 수는 없어!” 술을 사랑하시겠지만, 헤어지려면, 더 사랑하는 어떤 것을 생각해 볼 일이다. 만약 술이 그것을 훼방하거나 파괴할 수 있겠다면, 과감하게 이별을 고하시길.

저작권자 ⓒ 고양파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