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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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6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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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밖에서 엿장수 가위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우리는 대문을 박차고 골목길로 달려나갔다. 헌 병이거나 양은 그릇, 심지어 쓰던 책까지 들고 나오는 놈도 있었다. 흥정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엿치기’가 시작되었다. 엿판 위의 가래엿 중에서 가능하면 굵은 놈으로 골라 반으로 분질러 보지만 구멍의 크기가 꼭 굵기에 비례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간혹 크기의 구별이 어려울 경우 엿장수 아저씨가 심판으로 나섰다. 판정에 불만이 있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모든 게 그야말로 ‘엿장수 맘대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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