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업의 일상통신】 스마트폰은 정말 스마트할까?

_한줌 햇살을 위해 한걸음 문지방을 건너는 일

원동업 <성수동쓰다> 편집장 승인 2023.04.11 10:22 | 최종 수정 2023.04.11 10:34 의견 0

스마트폰을 스마트하다고 하는 결정적 이유는 인터넷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월드와이웹(www)은 촘촘히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켜서 전세계의 기업들과 단체들과 국가를 연결한다. 여기 연결된 각각의 개인들은 쉽게 정보도 얻고, 예약도 물론 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2008년 아이폰을 처음 세상에 내놓았을 때, 그가 결정적으로 똑똑했던 것은 손안의 작은 화면 안에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를 장악할 수 있는 앱 시스템을 함께 내놓았던 것이다. “음악을 제대로 듣고, 카메라로 영화까지 찍을 수 있지. 전화와 텔레비전, 게임 기능도 가능하다고!” 스마트폰 하나로 이젠 모든 정보-엔터테인먼트를 주머니에 넣어다니게 된 세상이 그로부터 열렸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피처폰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0대와 20대들 중심으로, 스마트폰이 갖는 해악들을 피하는 친구들이 생긴다는 것. (중국서 게임을 금지하기 때문에 혹은 아프리카나 중남미의 가난한 이들이 그런 게 아니고) 스마트폰의 너무 많은 정보가 오히려 정신에는 피폐함을 준다는 ‘불편한 진실’은 꾸준히 전파돼 왔다.

공황장애의 정의를 “신체가 뇌에 주는 경고”라고 말씀을 하신 이는 유태우 박사시다. “뇌는 끊임없이 쾌락을 즐기면서, 정보를 받아들이고 소화하는데 반해서 몸을 거의, 전혀, 쓰지 않을 때 몸이 뇌에 주는 강력한 경고”라는 것. 예전에는 청소년들이 너무나 바깥으로만 돌아서 문제였다면, 이제는 아예 방밖으로 나오지 않아서 문제가 된 세상이다. 방안에서 아이들은 게임을 하고, 채팅을 하고, 틱톡과 유튜브의 숏을 즐긴다. 이러한 때, 스마트폰은 백 가지 해가 있고, 한 가지 이익도 없다.


스마트폰을 보며 계단을 내려오는 일은 술에 취해있을 때와 비슷하게 위험하다. 내 주변엔 술에 취해 계단서 굴러 이빨을 깨뜨리고, 눈가를 찢고, 안면 뼈를 부서뜨리고, 음주운전을 하다 걸려서 벌금 삼백만원과 면허취소를 당한 이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술을 너무나 많이 마셔서 그러기도 하고, 슬쩍만 마셔도 그런 결과가 나온다. 스마트폰을 하며 걷다 넘어지는 와중에 스마트폰을 구하겠다고 결국 뼈를 부러뜨린 친구는 양호한 상태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가 와장창 몸을 망친 사례는 유튜브에 넘쳐난다.

스마트한 생각, 정말 창의적인 생각이 갑자기 내게 찾아오는 때는 언제인가? 옷을 벗어던지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때다. 천천히 주변의 사람들과 건물들을 살피며 산책을 하고 있을 때다. 혹은 친구들과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는 커피 잔 사이에서다. 산들산들 바람이 불고, 위 높은 하늘서 햇살이 내려오는 걸 몸이 느낄 때다. 음악을 들으며 일에 집중할 때도.

스마트폰을 내내 보는 시간보다 그저 문지방을 넘어 현관문을 열고 삼십 분쯤 밖에서 보내고 오는 게 훨씬 더 스마트할 수 있다. 걸어도 좋고, 뛰어도 좋다. 시간 될 때, 주민센터에 가면 체력검증도 해준다. 보건소 분소들도 많은데, 거기선 언제나 ‘대사증후군’ 검사도 받을 수 있다. 검사 후에는 어떻게 운동하고 생활할 것인지에 대한 안내도 있다. 뭐라고? 웨어러블 기기를 차면 스마트폰이 그런 걸 다 알려준다고? 헐. 스마트폰이 똑똑하긴 똑똑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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