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초목이야기】화왕

모란 꽃에 향기가 없지는 않으니 그윽할 뿐이다

홍은기 온투게더 대표 승인 2023.05.10 09:00 의견 0
모란 Paeonia suffruticosa Andrews 작약과 작약속 낙엽 활엽 관목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시인 김영랑이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이렇게 읊었다. 그러지 않아도 될 게 모란을 쏙 빼 닮은 작약이 피기 시작했음이다. 4월부터 모란 꽃이 피고 한 달쯤 지나면 작약이 핀다.

사실 모란 꽃은 뚝뚝 떨어지지 않는다. 동백 꽃에서나 어울릴 법하다. 모란 꽃이 크고 화려해서 그랬을 수는 있다. 꽃 중의 왕, 화왕 花王으로 떠받들어져왔던 모란이다. 반면에 세상 모든 약초의 절반이라는 작약은 꽃 중의 재상, 화상 花相으로 불러왔다.

앉으면 모란, 서면 작약이라는 속담이 이와 같다고 할까 싶다. 실제로도 모란 꽃은 비스듬히 피고 작약은 꼿꼿하게 서 있듯 해서 알아 볼 수 있다. 꽃만으로 구분이 쉽지 않다면 잎을 보면 된다. 잎이 갈라지다 말면 모란이고, 깊게 갈라졌다면 작약이다.

모란은 중국 원산으로 신라 때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모란 그림에 나비가 없어 꽃 향기 없다 했던 선덕여왕 설화가 나올 즈음이다. 그렇지만 모란 꽃에 향기가 없지는 않다. 매화 향기를 암향 暗香이라 하고 모란을 이향 異香이라 할 만큼 그윽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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