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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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5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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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는 함석지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후두둑…’ 불길한 전주가 울리면 서둘러 온갖 깡통과 세숫대야, 심지어 찌그러진 양은냄비까지 동원해 을씨년스런 화음으로 답해야 했다. 새우잠 끝에 아침이 오면, 이번에는 바가지를 들고 부엌 가득 들어찬 빗물을 퍼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학교는 가야 했다. 어머니는 신발장 속에서 낡은 비닐우산 하나를 꺼내주시는 것이었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오규원의 시) 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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