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업의 일상통신】햄과 상추와 누룽지 밥상을 받는다면

_“자기가 차리면 되지! 하면 되지!”

원동업 <성수동쓰다> 편집장 승인 2022.06.12 09:00 | 최종 수정 2022.06.13 22:31 의견 0

서울50플러스 재단에서 진행하는 5060점프업창업 과정을 최근 수료했다(우리는 창업 3기고, 대략 신청한 87개 팀 중 40팀을 뽑아 3개월여 수업과정을 거쳤다).

수료식 날, 뒤풀이 자리를 함께했던, 연극을 하시는(배우 겸 제작자 겸 기획자 겸 연출을 맡고있는) 천일빌라 반장 L님의 말씀을 들었다.

"집에서 아내와 아이들은 시켜먹어요. 피자 먹어요."

나는 살림을 하는 사람이고, 밥을 해서 차리는 입장이라 그 말 속에 숨은 약간의 불만을 눈치챘다(동병상련 같은 것이랄까?).

"L 대표님, 곧 대상포진 오시겠는데요?"

"왜요, 뭐 때문에요?"

"대상포진의 병명(마치 꽃말같은 건데...이건 근거가 없지만, 꼭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만도 아니라는 게 일상의 경험상 누적된 결과다)이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하지를 못하겠어!'라는 거거든요. 무슨 말이 하고 싶으세요?"

그러자 L대표(우리는 서로를 대표로 부른다. 창업가들이니까...)가 털어놓는다.

"어느날 아내가 차려 준 밥상을 받았어요. 그런데 거기 햄, 상추, 누룽지가 올라온 거예요."

그래. 내가 봐도 참 서로 조화스럽지가 않은 밥상이다. 상추 옆에는 돼지불고기와 편으로 썬 마늘과 고추 그리고 양념된장이 올라와야 하고, 누룽지 옆에는 아삭한 오이소박이가 있으면 좋고, 햄에는 뜨거운 흰밥과 김 같은 것이라도 같이 하는 것이니까. 그래서, “당황하셨겠군요!” 하고 공감의 표현을 해줬다. 다시 L의 말.


"아니. 그게 왜 그렇게 올라왔는지 이해는 되죠. 햄은 아이가 좋아하는 거고, 상추는 남았을 거고, 누룽지는 언제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거니까…."

나는 언제나 주부의 편이므로, 내 동료 L의 심정이 어떤 것이 됐든 ‘따끔한’ 충고를 해주었다. 연극인이 알아들을 만한 친근한 비유를 써서.

"참. 대표님. 대표님은 연극을 하시잖아요. 연극, 글, 스토리의 기본이 뭐예요? 서로 다른 것들을 엮어내는 힘이잖아요. 그러니 그 세 가지를 조화시켜야죠.“

역시나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천일빌라 반장님이 눈을 반짝한다.

“햄은 짜죠? 그러니까 누룽지를 먹으란 말 아닙니까. 누룽지는 뜨겁죠. 그러니까 상추로 식히라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내 억지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눈치가 아니었다. 은근 부아가 났다.

"그렇게 잘 하시는 분이 밥상을 스스로 차리면 되지.“

이 말은 내가 집에서 늘 듣는 말이므로, 그에게도 해주고 싶었으나...(했든가, 안 했든가?).

아! 한 거 같다. 요즘은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자주 듣는 고로. 법륜스님이라면 아마 그랬을 것이었다.

“자기가 차려 먹으면 되지! 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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