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권리】아름답고 행복한 중생살이

혜범 작가/원주 송정암 주지 승인 2022.12.13 09:00 의견 0

<밤사이 목마(木馬)가 못 가운데를 지나니 놀라 일어난 진흙소가 바다의 조수를 뒤집는도다.>

내가 나에게 개똥 밟는 소리로 묻고 대답한다.

<안직도 초심일장(草深一丈), 물이 한길이로구나.>

<일구이이 안횡비직(一口二耳 眼橫鼻直)이거늘.>

<뭐라카노?>

<입은 하나요 귀는 둘이라꼬. 눈은 옆으로 나란하고 코는 위아래로 바로 뻗쳤다꼬, 입은 하나이니 두 말을 하지 말아야 하며, 귀는 두 개이니 두 말을 잘 가려듣고, 말하기보다 듣기를 잘 하고, 눈은 옆으로 나고, 코는 세로로 달려 있다꼬. 기둥은 종(縱)으로 문지방은 횡(橫)으로 되어 있는 건 아나? 여실지견(如實知見), 본래 있는 그대로 모습을 보아야 한다고. 여여하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라.>

<그건 복잡하게 옳은 사람이고, 나는 단순하게 틀린 사람이라고라.>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다.

보광사 목어 | 사진 유성문 주간

중생살이는 혹독하고 힘들고 고된 날들의 연속이다. 잘 들여다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꼭 그만큼일 뿐이다. 나보다 먼저 생긴 세계는 생긴 대로 그렇게 먼저 선점한 채 기득권 가진 자들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부족한 가운데 알아차림, 스스로 깨어있음, 항상 지혜롭게 산다는 건 불가능하다. 보고도 모르고 듣고도 모르고 만져보고도 살아도 모르는 게 우리다. 환(幻)에 속고 사는 거다.

고통과 괴로움이 우리를 살게 한다. 번뇌 망상 집착에서 벗어나려다 보니 인내하게 되고 지혜롭게 한다. 우리도 안다. 편안함과 행복은 게으르게 하고 눈멀게 한다는 걸. 우리는 우리가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리하여 오늘도 그렇게 고통과 괴로움을 주시하는 것이다.

불행이 사라지면 행복도 사라진다. 슬픔이 사라지면 기쁨도 사라진다. 우리가 우리에게 스스로에게 묶인 중생이기에 끊임없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것이다. 번뇌를 번뇌로 보지 않고 고통과 괴로움을 고통과 괴로움으로 보지 않으면 깨달음에 이르른 거지, 그게 부처이지 그게 어디 우리들 즐거운 중생살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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