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업의 일상통신】 순천만 이야기... 전봇대를 뽑고, 아스팔트를 걷어내는 일은 가능하다

_2023 순천만에서 기후위기 시대의 답을 찾다

원동업 <성수동쓰다> 편집장 승인 2023.07.11 11:03 의견 0

우리나라의 기후가 변하고 있다. 여름은 더욱 길어지고, 열대 날씨에서나 보인다는 스콜 같은 소나기가 자주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겨울과 여름과 봄과 가을을 갖고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 겨울 날씨는 대략 영하 20도까지는 쉽게 내려갔다. 철원에 나갔던 동절기 훈련에서 내가 본 기온은 대략 영하 27도였다. 여름이면 쉽게 30도를 넘어갔다. 37~38도 정도도 흔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60도 가까운 온도 차이를 견디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장소를 살짝 바꾸어보자. 적도 부근에 혹은 남북극 가까운데 사는 사람들. 혹은 고도가 높아서 늘 서늘한 날씨 속에서 살던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늘 덥거나 늘 추운 지역의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서 얼마나 큰 온도 변화를 겪어 봤을까? 이들에게 온도 변화는 20도도 엄청난 것이다. 누구도 50도 가까운 날씨가 되면 살기 어렵다.

히말라야 산꼭대기 무스탕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은 빙하가 사라지고, 그래서 식수를 구할 수가 없어 살던 곳을 버리고 있다. 앞 마당 같았던 바다가 점차 테라스와 계단을 차고 올라오는 지역은 투발루다. 채소를 심을 곳이 없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앞으로도 이렇게 점진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빙하가 녹으면 이후 온난화는 가속화된다. 빙하는 아이스 박스의 얼음 역할을 했으니까. 1이 두 배가 되면 2지만, 2는 두 배가 4이다. 4는 8이 되고, 8은 금방 16이 된다. 이렇게 29일째가 되면 1이었던 그것은 268,435,456이 된다. 그리고 하루 만에 536,870,912가 된다. 투발루는 50년이나 100년 후에는 땅이 잠기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그건 수 년 내에 벌어질 현실일 수도 있다.

지난 2023년 5월 4일~5일 제주공항에 태풍이 왔을 때, 하룻새 결항된 항공기의 편수는 국내선만 248편이었다. 국제선은 6편. 작은 나라 한국에서만 250여대의 항공기가 매연과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뿜어낸다. 지상의 승용차들과 바다의 배들도 무수하게 오간다. 모두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지구상 사육소만 2020년 기준 14억 마리다. 소 한 마리는 한해 약 4톤의 메탄가스를 뿜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배는 더 열을 잡아둔다. 위기는 코앞이지만, 발에 불똥이 떨어졌지만, 우리의 삶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의 관심은 지구의 운명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벌이는 싸움판에, 프로고진과 푸틴이 벌이는 힘겨루기에는 관심을 둔다.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를 반대하는 것만큼, 시민단체의 활동에 대하여 꼼꼼하게 벌이는 감시나 추방의 노력의 반만큼이라도 지구의 오염과 기후위기에 대하여서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저성장을 역설하는 정치인은 없다. 빈말이라도 생태를 위한 에너지 전환 같은 데도 아예 눈길을 주지 않는다. 이전에 하던 그 이야기가 지속된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사진: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홈페이지]


순천에서 벌어지고 있는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우리나라 지자체 단체장들과 공무원들이 방문했단다. 우리나라 지자체가 243개인데 벌써 64%쯤이 찾았다는 것이다. 일반인은 500만 가까이 방문했다. 그들은 생태도시 순천에서 무엇을 보아올까?

순천이 생태도시를 내걸었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은 이곳(순천만. 이전엔 여자만으로 불렸다. 순천시민들의 노력으로 순천만이라는 이름을 가졌다)을 찾아 월동하는 흑두루미를 위하여 전봇대를 뽑아낸 일이었다. 차가 덜 다니는 곳의 아스팔트를 걷어냈다. 2003년에 순천의 공무원들은 환경운동연합과 더불어 서남해안 갯벌탐사를 수개월동안 동행했다. 그곳은 쓰레기가 뒹굴고 모래가 반출되던 땅이었다. 순천만 주변 773만 평방미터를 생태계보호지구로 지정할 때, 반발이 거셌다. 건축물을 짓겠다는 신고만 72건이었다. 순천시는 이를 반려했다.

저출산이어서 걱정이란다. 지역은 빈집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곳이 우범지구가 되면 어떻게 되느냐? 걱정이다.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저출산은 반길 일이다. 빈집이 늘어나고 사람이 살지 않으면 그곳은 순천처럼 바꾸면 된다. 멀쩡한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바보 같은 짓 대신에, 그 힘을 자연을 살리고 되돌리는 데 써야한다. 그러는 동안 차츰차츰 새로운 문명에서 요구하는 삶의 양식으로 우리도 바뀌어 갈 수 있지 않을까?

녹색평론 발행인 고 김종철 선생은 코로나19 시절에 “생산이 줄고, 사람들의 활동이 줄자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춤을 추자!”고 했다. 물질적 소비를 줄이고, 더 많이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생활을 하는 방식으로 살 수 있다. 그렇게 살아온 게 누천 년 우리의 삶이다. 우리가 지금보다 덜 일하고, 더 많이 노는 일. 그건 누려보면 원했던 삶일 것이다. 절박한 시기에 우리는 모든 상상을 하고 또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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