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린내풀 Tripora divaricata (Maxim.) P.D. Cantino 마편초과 누린내풀속 여러해살이풀


북악산(백악산) 오르는 길에 누린내풀 한 무리를 만났다. 이제 꽃이 지고 없을 때도 됐는데 뒤늦은 해후가 반갑기 그지없다. 남들은 누린내풀 꽃에서 역겨운 냄새가 난다고 멀리할지 모르겠지만 사뭇 다른 꽃 모양이 사랑스럽다.

누린내풀은 임금이 과거 급제자에게 내린 어사화 御賜花를 닮았다. 활이 휘어진 것처럼 길게 늘어뜨린 나뭇가지에 머리장식용 꽃이 달려있는 어사화다. 누린내풀이 그렇다. 수술 4개 중 2개가 암술대와 함께 둥글게 휘어져 있다.

누린내풀이 그저 멋 한번 부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다. 다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 있을 뿐이다. 벌이 꽃에 앉으면 꽃이 쳐질 수밖에 없다. 이때 활처럼 휘어진 수술과 암술대에 꽃가루가 옮겨져 꽃가루받이가 되는 거다.

여기에 한술 더 떴다. 다섯 갈래로 깊게 갈라진 꽃잎 중 아래쪽 꽃잎 한 장이 유난히 길다. 벌이 내려앉기에 안성맞춤이다. 더군다나 잘 찾아오라고 비행기 활주로 유도등처럼 흰 무늬가 있다. 어사화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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