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범 스님/원주 송정암 주지
승인
2024.12.1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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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또 다시 우리 동족을 살육하려 했던가.
눈이 펑펑 왔으면 좋겠다. 사흘 낮밤, 보름이라도. 그리고 리셋, 출발점에 서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
현실은 진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몸이 벌벌 떨렸다. "뭐야? 또 혼란이야?" "이러면 안돼"했다. 그때, 그날에, 우리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가. 사람답게 살아보자던 우리들 아니었던가.
나도 잘못된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던 측이었다.
한마디로 아찔했다. 끔찍했다.
새 날을 꿈꾸는 이쪽저쪽의 시국선언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독재는 민주주의가 견제와 균형이라는 핵심 원칙 없이 작동할 때 쉽게 발생할 수 있다.
통치능력을 상실한 윤석열의 내란, 비상계엄 실패는 민주화와 국민들의 자유의식이었다. 자유와 행복할 권리의 소중함을 잃기 싫었던 것이다.
독재는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며, 이는 사회 전체의 창의성과 발전을 저해한다는 걸 광주 민주화 운동으로 뼈저리게 깨달았던 것이다.
그간 우리 국민은 권리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경계해 왔던 것이다. 국민적 저항은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각계각층에서 표출되어 왔다.
또한 제도적 장치는 독재의 발생을 방지하고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번 경우로 인해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는 걸 알았다. 대통령 1인이 혼자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없는 강력한 보완 장치의 필요성을 느낀다.
또한, 이번 국회의 계엄철폐, 윤석열 탄핵은 시민항쟁의 승리다. 독재를 견제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꽃 피우기 위해 시민 사회의 강력한 대응이었다. 국민의 참여와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물론 언론, NGO, 국제 사회의 협력도 중요했다.
당분간, 깊은 산속 토끼가 옹달샘을 찾는 곳에서 시국의 추이를 관망해 보기로 한다. 동안거 중 더 이상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가 들려서는 안 된다.
어쨌든, 우리는 함께 이겨 다시 이 길 앞으로 지혜롭게 나아갈 것이다.
눈이라도 펑펑 쏟아져 내렸으면 좋겠다. 사흘 낮밤, 보름이라도. 그리고 당당하게 민주주의여 만세, 라고 큰 글씨로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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