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線의 미학

-homo aestheticus-*

김 추 인

하늘과 땅의 접지에 지평선이 누워 있다

있어도 없고 없어도 있는

선의 비의秘意

찔레의 5월은 벌 떼 붕붕대는 평원

지평선의 시간은 정지에 가깝다

아무도 그은 적 없는 선

누구도 의심한 적 없는 선

없으면서 있는 존재의 이름을

누가 맨 처음 불렀을까

몽상과 현실 사이,

영상 이미지를 구현하던

타르코프스키**의

정지화면에서 나, 오래 서성인다

멀리서 있지만 가까이서 없는 역설의 접점

없는 존재의 있음이라니

북해도 설원 아득히 누워있던 한 금, 지평선

* 호모 에스테티쿠스: 미학적 인간

**러시아 예술영화 감독

김추인/ 시인. 경남 함양 출생. 1986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모든 하루는 낯설다' '프렌치키스의 암호' '전갈의 땅' '행성의 아이들' '오브제를 사랑한' '해일' 등이 있다.

# 세상을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붓다 콘서트를 한다 했을 때 신도들도 주위 스님들도 날더러 미쳤다, 했다. 그 어렵고 난해한 짓을 왜 하느냐, 는 거였다.

부처님 오신 날을 핑계삼아 산골 절에서 만나 밥 한끼 같이 먹고 함께 놀고 싶다 했다. 거의 한 두 번 하다 말지, 했다. 그런데 이제 여섯 번 째다.

김추인 선생님이 <선線의 미학>이란 詩를 보내주셨다. 하여, 순간 죽은 나무? 죽어가는 나무에 3년간 물을 주는 영화,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희생>을 떠올렸다.


주인공 알렉산더는 신을 부정했었다.

그러나 종말, 대멸종을 앞두고 BGM으로 마태수난곡 2부가 흘러 나오고.

실어증에 걸린 아들에게 죽은나무? 죽어가는 나무에 물을 주라 한다. 구원은 가능할까? 생명과 평화. 우리 모두의 자유와 해방은?

죽은 나무가 다시 꽃이 피어날까? 이미 인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며 핵과 기후 온난화, 기후변화, 산불로 종말, 대멸종을 맞고 있다. 아이는 지극정성으로 3년간 물을 주고 결국 나무는 되살아 난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느니라,는 그 말이 무슨 뜻이죠?"

아이는 혼자 중얼거린다.

주인공은 결국 "오늘도 어제와 똑 같은 아침이 되게 하소서."하고 기도 한다.

이 세상을 구원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 세상을 구원해 줄 이 그 어디에 있는가.

우리 모두, 예수, 미륵, 메시아가 될 수는 없다. 다만 헌신과 감사, 정화와 속죄(贖罪), 그리고 참회로 거듭나고자 할 뿐이다.

없는 존재의 있음, 있는 존재의 소멸, 그 몽상과 현실사이,

우리는 과연 구원 받기 위해 희망과 믿음을 회생시킬 수 있을까.

내가 죽음을 싫어하는 것처럼 세상의 온갖 생명체 심지어 개미라 할지라도 생명을 가진 것들은 죽음, 종말을 싫어할 것이다.

한 금, 하늘과 땅의 접지, 먼 산 지평선을 바라보면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다 행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