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새를 가르쳐 준 사람

김도연

회화나무 높은 가지에 둥지를 틀었다

아직도 남은 생을 정성껏

보듬기 위해

차가운 부리를 밤새 깃털 속에 파묻었다

따뜻한 숨결로 남아있다고 믿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당신

있고도 없는 당신이라는 존재를

세상 모든 이들이 몰라봐도 상관은 없었다

아무도 모르게 봄꿈은 야위어가고

눈부신 계절이 환희 속에 시들어 갔었고

혼자 남아 매일 매일 작별을 한다고 해도

당신 곁에 오래오래

남아있고 싶을 뿐

한 번도 내 것인 적이 없었지만 언제나

내 것이라 착각하며

한 순간 한 순간 내 것으로 품어 안은 시간들이

이번 생에 울다웃다 갔다고 믿고 싶었다

만삭달이 그믐달로 변해갔어도

한 겨울 추위 속에 처음의 새벽 종소리를 기억하며

우리는 한통속 함께 두 눈 질끈 감고 중얼거렸다

‘누가 파랑새를 훔쳐갔을까’

김도연 시인

충남 연기 출생. 2012년 『시사사』등단. 시집 『엄마를 베꼈다』가 있음. 오산문학 대상.


# 새가 날아갔다.

<손 안의 새는 잘 있느냐?>

<네?>

노사(老師)가 물었다. 희한하게 생긴 새였다. 몸은 검은데 가슴엔 하늘색을 띄고 있었다. 무슨 뜻인지 새길 수 없었다. 그러나 얼핏, 너무 세게 쥐면 새는 죽을 것이요. 느슨하게 쥐면 그 새는 허공으로 날아갈 것이야, 라 했다.

<새는 널 새장에 가둘 수도 있고 풀어줄 수도 있지. 이 사바라는 새장. 나도 가고 너도 가야지. 새는 손에 쥐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품는 거란다. >

<......네?>

지팡이를 짚은 채 강 둑에 앉아 울음을 떨어뜨리며 하늘로 거슬러 오르는 새를 하염없이 바라보시던 노사(老師)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 강을 건너 또 계곡을 지나 너도 훨훨 저 청산을 날아야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살았을 뿐이었다.

새가 왜 사랑이고 행복이고 생명이고, 자유일까. 깨달음이고 평화인지 난 지금도 모른다. 시인이 보내주신 새 한 마리. 나는 결코 시인의 파랑새를 훔친 적이 없다. 그런데도

극락강, 극락새들이 갑자기 나타나 덤벼드는 바람에 꿈에서 깨기도 했다. 그 새는 마음의 새 이기도 하고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이기도 하고 히치코크의 새이기도 하고 오정희의 새이기도 하고 아직도 병 속에 든 어린 새, 지금도 철없이 자라는 보리심의 새 이기도 하다.